‘산타의 나라’ 핀란드는 왜 한국의 ‘K-9 자주포’가 필요했나


19세기부터 러시아의 간섭으로 ‘핀란드화’ 굴욕


‘러시아 트라우마’ 극복 위해 막강 지상화력 보강


美와 안보협력으로 자체 방어력 구축 박차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덴마크, 북유럽에 국산 자주포 붐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핀란드 K-9 자주포 수출계약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현우 한화테크윈 사장,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김재홍 코트라 사장, 유씨 니니스퇴핀란드 국방장관. 이번 K9 자주포 수출계약은 2001년 터키, 2014년 폴란드에 이어 세번째로 총 48문(약 1,915억원)을 2025년까지 인도한다. 방사청제공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국산 K-9 자주포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2일 핀란드와 K-9 자주포 48문을 수출하는 1,91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핀란드는 우리에게 산타클로스와 자일리톨의 원료인 자작나무로 친숙한 동화 속 나라와 같은 곳이다.

반면 K-9 자주포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우리 해병대가 목숨을 내던지며 북한군 진지를 향해 대응사격을 퍼붓던 무기다.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은 핀란드는 왜 거친 대공화기의 대명사인 K-9 자주포가 필요한 것일까.

국제정치학 용어 가운데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말이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자국의 이익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생존한다는 의미다. 핀란드 국민들로서는 굴욕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핀란드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1등 공신은 러시아다. 19세기 초까지 핀란드를 지배했던 스웨덴은 제정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자 핀란드 영토를 내줬다. 이후 제정러시아의 간섭을 받아왔던 핀란드는 1917년 '2월 혁명'을 통해 독립국가로서의 역사를 열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러시아(구 소련)가 여러 차례 핀란드를 공격했고, 핀란드는 영토의 12%를 떼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핀란드 대외정책은 철저하게 ‘러시아 눈치보기’로 흐른다.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뒀고, 유럽권 러시아의 대항 전선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러시아로부터의 끊임없이 시달리며 얻어진 핀란드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핀란드는 러시아를 상대로 일종의 트라우마(악몽)에 시달려왔다”며 “K-9 자주포는 자국 방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굴욕을 견뎌낸 핀란드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지난해 10월 방위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통해 러시아가 과거의 팽창야욕을 드러내자, 다시는 생존을 담보로 러시아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택한 고육책이었다.

핀란드가 한국산 무기 K-9 자주포를 수입한 것 또한 핀란드와 미국 간 군사협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손을 잡은 만큼 러시아의 핀란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고, 핀란드 입장에서는 북유럽 지역에서 미국의 대 러시아 전략과 연계된 나름의 방어전력을 갖출 필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핀란드가 신호탄을 쏘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또 다른 북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도 K-9 자주포 12문을 들여올 예정이다. 에스토니아는 냉전 당시 구 소련 통치 아래 있었다. 아울러 이웃나라 노르웨이와 덴마크도 K-9 자주포 도입을 저울질하는 등 우리가 마냥 평화로울 것으로만 생각하던 북유럽 지역에서 K-9 자주포 붐이 일고 있다.

‘핀란드화’라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발판 삼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핀란드 정부와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첨단 자주포가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조영빈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7-07-20 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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